보건위원장이라는 직책은 참 여기저기 접점이 많은게 사람이 살면서 늘 건강하게 아픈곳 하나 없이 지낼수 없기 때문에 필히 인술학원 거의 전원은 보건위원이나 위원장과 접촉했을것이다. 그래서 더 좋은점은 이것을 핑계로 접근이 용이하다 (=어떤 사약도 접점을 만들 수 있다) 는건데 뻐렁찬 아야이사의 경우 하도 함정을 파대서 손가락에 물집이나 찰과상이 생기면 아야베는 오야마 도데모이이ㅇ0ㅇ하겠지만 이사쿠는 그렇게 놔두지 못할거같다.
생각보다 손이 엄청 아려서 끄응 소리내면서 주저앉았는데 그걸 센조가 발견하든 이사쿠나 여타 다른 사람이 발견하든 너 손 완전 엉망이야! 하고 놀라면서 보건실로 데려가고
놔두세요 이런거…라고 해도 보건위원장이니까! 라는 말로 손에 약 발라주고 하겠지 파상풍이라고 들어봤어? 이게 별거아닌것처럼 보여도 무서운거라고. 죽은 놈들 꽤 많다? 이 부분에서 아야베는 입 다물겠지. 왜 이사쿠가 그렇게 치료에 목매는지.
붕대까지 감아주고 하루동안은 파지 마, 덧나니까, 알았지? 라고 손 꼭 잡으면서 말해라. 이사쿠는 상냥하니까… 선배는 상냥하니까 아무렇지도 않겠죠. 응? 뭐라고 했어? 아니에요.
하나하키도 보고싶다 어느날부턴가 함정을 다 파내려갈때쯤이면 꽃을 지랄맞게도 많이 토하게 되는데 요새 유행하고 있다던 짝사랑병. 흘깃 들었을 땐 그저 장난이다 하고 넘겼는데 막상 자신이 토하고있으니까 어이가 없는것. 내가 왜? 누구를? 구멍을 파낼때마다 토하니까 이걸 누구에게도 들키기도 싫고 짜증나서 기껏 판걸 그대로 다시 메꾸고 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 맞아. 그 사람이다. 또 어김없이 내가 함정을 파놓았음직한곳에 나타나는구나. 멀찍이서 후배 보건위원과 같이 붕대의 뭐시기 따윌 부르며 걸어가고 있는걸 지켜보고 있는데, 다시금 속에서 뭔가 울컥해서 그대로 한번 더 꽃을 토하고.
아, 아프다.
짝사랑이란건 무지하게 아프다. 나만 좋아하고 나만 슬퍼하고 나만 가슴아파하고 나만 전전긍긍하는 그런 사랑따위, 고생을 사서 하고 있을 뿐인데. 라고는 해도, 난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아니야, 우욱.
큰일이네, 치료법을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어. 이런 병은 처음이야. 어쩌지…
하고 산더미같은 책을 제 앞에 놓고 곤란한듯 책과 약종지, 아야베를 번갈아본다. 하나하키. 짝사랑병이라는것도 아직 모르나봐. 구다구다하려는 타키의 입을 막고 미키를 시켜 밖에 집어던져버린 후 곤란해하는 선배를 바라만보기. 선밴 날 아직 안 좋아하죠. 난 그저 짓궂은 후배일 뿐이죠. 이런 말은 안에만 삼켜두고, 낫게 해줘요. 아파서 견딜수가 없어서 짜증이 나려고 해. 투정부리듯 말하면 이사쿠는 곤란한 얼굴로 너무 아프면 좀 문질러줄까. 가슴께에 뻗는 손을 잡아채듯 잡고 그대로 끌어당겨 쪽.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아뮤 말 없이 이번엔 좀 더 깊게.
이사쿠가 감기에 걸렸다
6이/로/케마/후배위원들 ㅅㅂ오타
6이: 정상적인 병문안
인거같은데 센조가 몬지로 시켜먹기바쁨
몬지로는 이게 케마였으면 존나 놀렸을텐데…하고 망상
6로: 코헤이타의 뻘짓 깽판 밧줄로 묶어놓음
쵸지는 조용히 의학서적 내려놓고 이마에 손올려줄것같음
케마: 이사쿠가 부탁한 약초 의료기구 다 사놓고 이사쿠가 좋아하는 음식도 사다놓고 빠워남친포스
끝은 이사쿠가 감기옮는다고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옮아버리지뭐, 하고 쿨하게 이야기하고 뽀뽀…이챠해서 감기옮는 케마 보고싶다 다른애들은 쁘띠불운이구나(안스)(몬지로만 실컷 놀림)하는데 이사쿠 귀끝이 새빨간거보고 눈치채는 센조 보고싶다
현패러
6닌들이(고딩) 조별 방학숙제하려고 센조네 집에 모이기로 햇음. 계절은 여름.
이사쿠 집 앞에 케마가 자전거놓고 대기하고 비탈길 쭈르르륵 내려감 사실 이사쿠는 자전거 사고가 난 적이 있어서 자전거를 무서워하지만 케마가 괜찮아 날 꽉 붙잡고 잇음 돼ㅐ! 하면서 이사쿠 안심시키고 질주를 함 이사쿠는 무서워서 꼭 잡고 방지턱도 쇼부다!! 하면서 감속도 안하고 그대로 넘어벌임 이사쿠가 다쳤던 것이 이 과속방지턱때문이어서 전나 무서워했지만 괜찮아 이사쿠! 내가 있으니까! 하면서 남자답게 슝~ 자전거는 잘 착지하고 이사쿠는 두근두근하는 심장 어케어케 추스림
소나기가 오고 이사쿠가 우산을 펼쳐주고 잘 가다가 센조네 집에 거의다 왔을때쯤 비웅덩이에 추와아악 다 젖어버림 센조가 문을 열었을때는 흠뻑 젖어 후에츄!! 하고잇고 우산도 있으면서 실컷 젖고왔냐 바—카 쉬ㅣ바라 그딴거아니거든! 하면서 싸우는 견원뒤로 쵸지가 수건 들고오고 코헤이타가 견원 한손으로 뒷목잡아말리고 센조가 이사쿠 머리 털어주면서 엔딩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일주일 조금 지났을 무렵.
방학숙제랄것도, 사실은 수행평가를 대신할 조별과제일 뿐이었지만, 내신관리 착실한 센조와 그런거 안중에도 없는 코헤이타의 의견이 웬일로 일치해—빨리 숙제를 끝내버리고 남은 방학 알차게 놀자는 소리였다—우리는 날을 잡아 1박 2일, 우리들 집에서 가장 공평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센조네에서 지내기로 했다.
가는데 가장 공평한, 이라고 해도 사실 이사쿠와 내 집이 센조네에서 가장 멀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이 굉장한 비탈길 너머에 있으니. 이 비탈길을 그냥 오르는 인간은 비탈길 중간에 집이 자리잡은 사람 말고는 없다. 아니, 이사쿠는 예외였다.
언제였더라. 초등학생 때였나. 이사쿠는 그 때까진 자전거를 잘 타는 보통 남자아이였는데, 이 비탈길에는 과속방지턱이 있었다. 하필 브레이크가 말을 안들어, 그곳을 지나는 즉시 그대로 붕 날아버리고, 내가 뒤늦게 내려왔을 때는 다리 한쪽이 갈리듯 쓸려 피투성이인 채로 날 울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허겁지겁 뒤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 날 이후로 이사쿠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나는 자전거를 즐겨 탔기에 같이 걸을때면 이사쿠의 걸음걸이에 속도를 맞췄고, 이사쿠 또한 내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조금 빠른 속도로 걸었다.
뭐, 이런 추억에 젖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은거고, 나는 예의 그 자전거를 비스듬히 세우고 대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곧 대문이 찰칵, 하고 열리며 가방을 짊어진 이사쿠가 나타났다. 미안 토메, 많이 늦었지. 알면 됐어. 너 땜에 몬지로에게 한소리 듣겠군. 툴툴거리듯 말하니 금방 미안한 표정을 온 얼굴에 가득 띄우고 미안 토메사부로!하는게 웃겨서 놀리는걸 관두기로 했다. 자, 내려가자. 자전거 뒤 안장을 톡톡 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타라구! 하니 얼굴이 조금 질린 채 고개를 빠르게 젓는다. 안돼, 무서워서 못타… 이대로 가다가는 엄청 늦을걸. 몬지로 녀석한테만큼은 비웃는 소리같은거 듣고 싶지 않단 말이야. 짐짓 진지한 소리를 하니 내가 빨리 뛰면 되지 않을까 등등의 어물거리는 소리를 한다. 너 다리 안좋은데 뭘 거기까지 뛰려고 그래? 날 꼭 잡으면 될거야. 그러니까 조금은 안심되는 듯, 그러나 여전히 두려움이 어린 채로 어쩌지, 하고 꾸물거렸다. 손을 확 낚아채 가자! 하고 안장에 앉혔다. 엣? 억? 으억? 하는 이사쿠를 뒤로하고 안장에 올라 땅을 몇 번 박차고 페달을 힘껏 밟기 시작했다.
토메 잠깐잠깐 너무 빨라아악!
거의 페달에 발을 떼다시피 하며 비탈길을 내려갔더. 이 가속도, 뺨에 느껴지는 사나운 바람. 자전거를 탈 때의 쾌감이란 이런것이다.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나부끼는것도 무시하고 바람에 심취해 있는데, 어깨 너머로 이사쿠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잘게 들려왔다. 바퀴가 살짝 덜컹이면 깜짝 놀라 얇은 비명을 지르며 답지않게 허리를 꽉 안아오는것이 내심 귀여워서, 나는 얄궂게 자전거를 일부러 몇 번 퉁겼다. 숨넘어갈듯이 히이익, 하고 얼굴을 등에 파묻는다. 올해 고삼이라는 녀석이 깡따구는 왜 이렇게 없어? 아팠단 말이야 토메 바보야! 좀 천천히! 조르는 말에도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다. 보여줄게, 너를 넘어트린 그 못된 방지턱을,
토메, 앞에, 앞에!
내가 이겨보이는걸.
승부다!
자전거는 가뿐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몇번의 덜컹임 끝에 주르르륵, 하고 길을 따라 다시 부드럽게 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 구간을 참으로 좋아한다. 잠시 하늘을 나는 듯한 그 기분. 머릿속이 아찔해지면서 맛보는 소름이 돋는 짜릿함. 이사쿠. 이사쿠? 대답 대신 등에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쿵쿵쿵쿵. 마치 백미터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빠르게 뛰고 있다. 나를 감싸안은 팔의 손들은 내 옷자락을 찢어질듯 세게 잡고 있었다. 말도 못할만치 뜀박질하는 심장에 맞춰 바쁘게 호흡하는 숨소리가 덥게 등에 닿았다.
나만 두근거리는게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안심했다.
비탈길이 끝나고 평지에 다다르자 페달을 힘껏 밟았다. 이사쿠. 재차 물어오자 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어쨌든 살아있으니까 됐나. 어때, 별것 아니라고 했지.